박인호의 <일상의 나이테>는 탁월한 조형적 센스로 큰 평가를 받았다. 일상의 사물성을 바라보는 예민한 눈, 그것들을 콘셉트에 맞게 처리하는 형태 감각과 컬러 감각이 돋보인다. 오랜 만에 보는 탄탄한 조형성과 디자인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지를 구성하고 조합하는 세련미도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또 사물의 속성들을 파악하고 하나로 그룹핑하는 능력까지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박인호의 사진은 그가 취한 모기향, 폴라로이드, 비누, 아이스크림 그리고 연필의 본성을 헤아리면 답이 나온다. 즉 그가 추구하는 오브제의 공통된 성질만 파악하면 사진의 목적이 무엇인지가 들춰진다. 모기향, 폴라로이드, 비누, 아이스크림, 연필의 공통적인 요소는 시간으로부터의 소멸성이다. 즉 시간에 의해서 몸을 태우거나(모기향), 이미지를 탈각시키거나(폴라로이드), 작게 문드러지거나(비누), 녹아서 흘러내리거나(아이스크림), 몸이 깍여서 나가는(연필) 시간의 소멸성이다. 그러니까 모기향이 시간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타들어가는지, 폴라로이드 이미지가 어떻게 생성 혹은 소멸하는지, 비누가 살과의 마찰에 의해서 어떻게 쪼그라드는지, 아이스크림이 어떻게 녹아 물이 되는지, 연필이 어떻게 닳아 몸당 연필이 되는지를 소멸의 나이테 혹은 몰락의 경과지표를 바라보게 하는 사진이다. 때문에 그의 사진은 두 장이 한 세트이며 좌측의 원형 이미지가 적분(원형)의 모습이라면 우측은 그것이 소멸하는 미분(분절)의 모습이다. 간결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적 센스와 일상 주변의 사물의 시간성과 소멸성 그리고 그것들의 경과지표까지 바라보는 영민한 기호적 감각까지 나무랄 데가 없다.

 

진동선
사진평론가, 현대사진연구소 소장